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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한글날을 욕하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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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3  09: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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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다시 한글날이 되었다. 한글은 이제 우리만의 문자가 아니다.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은 한국교육원이나 한글학교를 통해서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세종학당을 찾아서 즐겁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외국의 대학생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아시아나 미주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한국어는 오대양 육대주에서 세계적인 언어로 발전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눈을 국내로 돌려 보면 한글날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한글날은 한글의 날이면서 동시에 한국어의 날이다. 한국어의 날이라 함은 한국 고유어의 날이라는 의미도 된다. 물론 고유어라고 할 때 대척점은 한자어보다는 한자어를 제외한 외래어가 된다. 이 앞의 문장을 보라. 한자어가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고유어라는 말도 한자어다. 한자와 한자어의 사용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자어도 사용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전혀 맥을 잘못 짚은 것이다. 물론 한자어의 지나친 사용은 좋지 않다. 언어의 주목적은 의사소통에 있는데 이를 어기고 어려운 한자어를 써서 의사소통을 일부러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글날에만 한글에 대해서, 우리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나도 동감이다. 평상시에는 전혀 관심 없는 삶을 살다가 하루만 한글과 우리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글날이 있어 이런 글을 실어줌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언론은 사실 한글날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언론의 외래어 남용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흘러 넘쳐난다.
 
  아무 ‘포털 사이트’를 열어서 주요 항목들을 보라. 순전히 외국어다. 외래어로 굳어지지 않은 말들도 엄청나다. 다음(DAUM)을 열어봤다. ‘라이프, 미즈넷, 브랜드 스페셜, 카페, 스토리볼, 브런치’ 등이 잔뜩 나타난다. 네이버(NAVER)를 열어봤다. ‘캐스트, 라이프, 테크, 웹툰, 뉴스스탠드, 랭킹 뉴스’ 등이 쏟아진다. 아무 신문사 누리집을 열어 보라.
 
  외국 영화 제목은 더 어이가 없다. 이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로마의 휴일’은 없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제목들이다. 누구를 보라고 저러한 제목을 그대로 쓸까?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들이다. ‘곤위드더윈드’를 보러 가자고 말하면 어떤 느낌인가? 최근에 나온 영화 제목을 보라. ‘비긴어게인, 어바웃리키, 뷰티인사이드, 인사이드아웃’ 등을 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제목을 우리말로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
 
  TV는 더 가관이다. ‘어송포유’는 무언가? 이게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제목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미세스캅’ 등 제목에 외국어가 넘쳐난다. 아마 한글이나 한국어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뉴스도 ‘뉴스투데이, 모닝와이드, 뉴스타임, 나이트라인’ 등을 통해서 나오게 될 것이다. 지역 축제 이름, 상품명 등 외국어의 홍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언론은 차라리 한글날을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날로 삼으라. 한글날 특집을 마련하지 말고 스스로의 잘못을 고치라. 괜히 한글날만 난리라고 욕 듣지 말고. 그게 염치가 있는 행위가 아닐까? 언론에서 노력하면 한글과 한국어가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언론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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