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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는 왜 싸우는가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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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1  08: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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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어떤 나라 사람들이 왜 싸우는지를 잘 살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가만히 보면 한국 문화의 중요한 요소가 다 들어가 있어 흥미롭다. 외국인이 이러한 장면을 보면 이해를 못하거나 아예 더 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비언어적 행위나 언어적 행위, 언어구조의 차이 등 다양한 종류의 문제가 나타난다. 다문화시대, 국제화 시대에 싸움을 피하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 문화가 싸움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인이 싸우는 가장 큰 이유 첫 번째는 어이없게도 ‘쳐다봐서’이다.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똑바로 쳐다보거나 째려보거나 아니면 그냥 보기만 해도 싸움의 원인이 된다.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게 예의인 서양문화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일 수 있다.
 
  특히 야단을 맞을 때 어른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 게 문제가 되는 문화와 우리나라처럼 쳐다보는 게 문제가 되는 문화 사이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쳐다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순간이 길게 느껴지리라.
 
  두 번째는 ‘말대꾸’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디서 말대꾸야!’라는 말로 상대편의 기를 죽인다. 아이들이나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말에 대꾸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무례한 행동으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문화에서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반항으로 생각하고 나쁜 행동 취급한다. 어찌해야 할까? 망설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말대꾸를 변명으로 생각한다. 말대꾸보다는 용서를 구하고 개선책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윗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르라는 권위적 발상도 들어있다. 그래서 ‘내 말에 토를 달지 말라’는 표현도 나왔다. 혹시 상사가 틀리더라도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이다. 말대꾸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순종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쁜 명령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 번째 이유는 반말을 해서이다. 이건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의 언어에는 반말과 존댓말의 구별이 없는 언어가 대부분이다. 이런 구별이 있는 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 자바어 정도이다. 그러니 반말을 했다고 싸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문화이리라. 하지만 반말과 존댓말이 있는 언어에서 존댓말을 해야 할 상황에서 반말을 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싸우자는 표시이기도 하다.
 
  평상시에 반말을 하던 사람이 싸울 때 반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존대를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하면 그건 당신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행위가 된다. 또한 보통 한국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는 반말을 하지 않는데 그것을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반말을 했다는 것은 사건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반말은 큰 충돌을 불러 일으킨다. 화가 나면 말이 짧아진다. 내 말은 언제 짧아지는가?
 
  그 밖에도 인사를 안 해서 싸우기도 하고, 웃었다고 싸우기도 한다. 싸울 일도 참 많다. 싸움도 문화다. 다른 나라 사람은 언제 싸우는지 공부해 보면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 그리고 왜 싸우는지를 살펴보면 그 나라 사람이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가능하면 남들이 싫어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오해가 생길 만한 일은 아예 안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해를 없애는 바른 길은 진정성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깊은 이해가 싸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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