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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0 이하는 맛세이 금지
이병우 소장  |  hansang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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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2  0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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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칼럼니스트)
  엊그제 우연히 TV에서 아마추어 당구 시합을 보았다. 직장의 대표들이 나와서 승부를 겨루는, 그야말로 순수한 아마추어들의 시합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젊은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필자도 대학과 직장에 갓 입사했던 시절에 친구들과 혹은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짬짬이 당구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 당구를 쳐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당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은 뭐니 해도 동그란 공이 내가 의도한 대로 굴러서 다른 공을 맞힐 때의 쾌감이다. 그냥 직선으로 공을 때릴 수도 있지만 당구대의 벽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간혹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3개의 공이 아주 가까이 모여 있는 경우다. 공이 불과 1센티 미만의 간격을 유지하고 모퉁이 구석에 모여 있으면 직선으로 때려서도 안 되고 벽을 이용할 수도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우리 같은 하수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
 
  그러나 고수들은 이런 상황도 기가 막힌 기술을 보여주며 능히 난관을 헤쳐나간다. 이래서 하수는 늘 고수한테 지게 마련이다. 그런 기술을 당구에서는 “맛세이”라고 한다. 맛세이라는 말은 “masse”라는 불어에서 온 당구 용어인데 “찍어 친다.”는 뜻이다. 당구공을 수평으로 칠 수 없을 때 당구 채(큐대)를 세워서 위에서 공을 찍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맛세이 기술을 구사 할 때는 반드시 조심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맛세이를 잘 못해서 공이 아닌 당구대 바닥을 찍을 경우 바닥에 깐 천이 찢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당구장 주인 입장에서는 이런 사고가 아주 큰 손실이 된다. 찢어진 바닥 천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찢어진 부분만 수선이 되질 않는다. 당구공은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바닥에 흠집이 있으면 공의 균형이 흔들려서 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당구장 주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300 이하는 맛세이 금지”라는 주의사항을 붙여 놓는다. 당구 실력이 300이 안 되는 사람이 맛세이를 해서 당구대 바닥을 찢어 놓을 경우에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표시다. 그래서 하수들은 맛세이를 할 수가 없다. 물론 당구실력이 300은 안 되지만 어느 정도 당구를 쳐본 사람들은 맛세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당구장 주인의 눈치를 슬슬 보아가며 때로는 과감하게 찍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늘 사고의 원인이 된다. 주인이 300 이하는 안 된다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요즘 한국의 정당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여당도 그러려니와 야당의 모습은 정말로 쳐다보기가 무척 괴로울 정도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름 한국의 미래를 끌고 갈 사람들의 집단을 아주 외면 할 수도 없어서 지겹고 답답해도 매일 뉴스를 보고 듣기도 한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사고와 사건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과거 3김 시대에는 그토록 3김의 퇴장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그나마 자기들끼리 콩가루 집안을 만들어 놓았다. 리더십은 실종되었고 모두가 다 자기 주장만을 앞세운다. 그래도 3김이 이끌던 정당은 최소한 강력한 결집력만은 있었고, 그래서 이유야 어찌 되었건, 두 김 씨는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진정으로 자기를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국가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는 이때,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수준도 비슷하다.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각종 사고도 그 맥락은 비슷하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유람선 회사를 운영하고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 배를 운항하다가 세월호 같은 대형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질병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사람들의 책임감과 사태 수습의 실력은 너무나 형편이 없었다. 이래저래 국민들만 골탕을 먹었다.
 
  이런 모든 현상은 실력과 자질이 300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자꾸 맛세이를 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분명히 300 이하는 맛세이를 금한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기어이 맛세이를 해서 당구대 바닥을 찢어 놓았다. 정당의 분열과 정치인의 이합집산도 그렇다. 맛세이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너나 나나 당구 채를 세워서 찍어대니 당구대 밑바닥은 온통 흠집투성이가 된다. 아무리 자기들이 눈 감고 아옹 하는 명분으로 그 바닥을 고치는 척해도 굴러가는 당구공은 다 안다. 국민들도 이제는 당구대의 바닥을 전부 뜯어내고 다시 새 걸로 깔아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TV에서 당구를 치는 선수들은 아무리 쳐다봐도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맛세이를 하질 않는다.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방법을 찾아본다. 침착한 표정과 빛나는 눈빛에서는 당구공의 방향과 당구대의 각도를 계산하는 듯하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하수들이 아무 때나 맛세이를 하는 이유는 자기 실력을 모르면서 가장 쉬운 방법이 맛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맛세이는 아주 고난도의 기술이다. 정말로 고수가 아니면 안 되는 기술이다. 그러나 하수는 그렇게 생각하질 않는다. 정당에 소속된 사람들의 생각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아무나 맛세이를 하고 있다. “300 이하는 맛세이 금지”인 경고를 아예 무시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당구 시합을 바라보면서 맛세이 금지 표지판을 여야의 사무실에 붙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정치도 경제도 300 이하의 하수들은 맛세이를 하면 안 된다. 국민들은 지금 실력도 안 되면서 맛세이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있는 중이다.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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