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경제
오피니언
[칼럼] ‘Right hook, Left hook & Uppercut !’
김태진 사무국장  |  hansangnet@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9.14  10:37:4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Hi, Taejin. This is Maria, calling from children’s workshop school......"
 
   
▲ 김태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사무국장(전 맨해튼한국학교장)
우리 한국학교가 토요일마다 빌려 쓰는 미국학교 교장한테 온 전화이다. 덜컥 겁부터 난다. 그녀한테 오는 전화는 대부분 학교 사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기 때문이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보통 학교 로비나, 카페테리아 등 학교 시설 일부를 못 쓴다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초특급이다. 토요일에 교실 천장공사를 하기 때문에 학교 자체를 못 쓴단다. 안전문제로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고.
 
‘이를 어쩌나 이번 주가 공개수업인데...’
 
너무 황당하다 보니 오히려 덤덤해진다. 때는 목요일 점심, 몇 시간 내로 결정을 해야 저녁부터 비상 연락망을 돌릴 수 있기에 마음이 급해진다.
 
‘이 비상사태를 어떻게 수습하지? 박물관 견학을 할까? 아님 글짓기, 그림대회 등 야외활동으로 대체할까?’
이것저것 알아보다 일기 예보를 보았더니, 토요일에 비가 온단다... 포기! 깨끗하게 포기하고 ‘임시 휴교’를 결정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비상연락을 돌리라고 통보했다. 갑작스런 휴교로 학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미지가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은 비 오는 회색빛 날씨보다 더 어둡고 우울해졌다.
 
주말한국학교를 맡아 일하다 보면 이렇게 얘기치 않은 펀치를 맞곤 한다. 펀치치고는 타격이 심했던, 2005년 가을 학기에 처음 맞은 ‘라이트 훅(Right hook)’ 이었다.
 
아직도 휴교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 다음 주, 한 주 쉰 것을 어떻게 보충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태권도 교사한테 이메일이 왔다. 치대생이지만 아버지가 태권도 관장인 관계로 아주 잘 가르치는 유능한 교사이건만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준다. ‘특별 수술 프로그램(Special Surgery program)’ 때문에 매주 주말에 뉴욕에 없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수업을 못 한다고. 그것도 8번 남은 수업 중에 5번을. 더군다나 이번 주는 공개수업인데다 예체능 선생님은 더 구하기가 힘든 일이건만...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에 광고를 내고, 아는 분들한테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으나 목요일 밤까지 구하질 못했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변동사항이 있으면 선생님들한테 하루 정도는 일찍 알려 주어야 준비를 할 수 있기에 일단 태권도수업을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기로 결정을 하고 시간표 변경을 했다. 어떤 반은 합반을 하고, 어떤 반은 미니 운동회를 하고... 3시간의 태권도 시간을 그렇게 대체하기로 통보하고, 금요일이라도 선생님이 구해지길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주는 휴교에, 이제는 공개수업일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태권도 수업도 없고... 학교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다시 걱정된다. 이번엔 ‘레프트 훅(Left hook)으로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두 주 연달아 펀치를 맞으니 충격이 더 크다. 다행이 금요일 오전, 태권도 3단에,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 풍부한 선생님이 구해져 공개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두 번째 펀치의 충격도 서서히 줄어 갔다.
 
공개수업이 끝나면 전화 받느라 바쁘다. 수업 참관을 한 학부모들이 좋았던 점 혹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에 대한 전화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수업을 참관한 한 어머님은, 남편이 연거푸 한국학교에 대한 호감과 함께 자녀를 한국학교에 보낸 자신까지 칭찬을 해주어 참으로 당당해지고 행복했다는 감사의 전화를 주셨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며 나도 정말 행복해진다. 그 보람에 가끔씩 펀치를 얻어맞아도 금방 치유가 되고 굳건히 버티는 것 같다.
 
그런데 마(魔)의 목요일 저녁!, 한 교사한테 전화가 왔다. 몸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한국학교 교사를 계속 할 수 없겠다고. 당장 이번 주 토요일부터 못 하겠단다. ‘퍽!’, 이번 펀치는 완전 넘어지게 만드는 결정타, ‘어퍼컷(Uppercut)’ 이다. 학기 중간에, 그것도 당장 내일 모레가 수업일인데...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 화도 나고, ‘오죽 아프면 학기 중간에 그만 둔다고 할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이다. 더군다나 같이 차로 다니던 보조교사인 대학생인 딸과, 친구의 딸까지 못 온다고 하니 하루 동안에 교사 1명, 보조교사 2명을 당장 구해야 할 판이다. 지인들한테 전화부터 돌렸다. 고급반 경험이 있는 선생님을 구해 달라고. 급하다고 아무나 대체시킬 수는 없고 최선을 다해 경험 있고, 또 우리 학교와 학생에게 맞는 교사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적어도 다음 날 오전까지는 구해야 인수인계도하고 새 선생님이 준비를 할 수 있을 텐데...
 
3주 연속 펀치를 맞으니 마음이 부서질 데로 다 부서진 느낌이다. 누구 하나 위로해 주는 사람 없이 너무 힘들었고 외로웠다. 다른 사람은 둘째 치고 남편은 내가 이렇게 3주 째 계속 펀치를 맞고 있는데 위로 한마디 없다. 이럴 때, ‘힘들어서 어쩌냐... 잘 될 거야, 힘내...’ 뭐 이런 소리라도 해줘야 남편 아닌가?’ 괜히 화살이 남편한테 가버렸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아내가 예기치 못한 힘든 일을 3주 연속 겪고 있는데, 위로 한 마디 해주어야 되는 것 아니야?”
…………
“긴급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잘 대처하는 것이 유능한 관리자야. 아무 일 없이 그냥 평탄하게 조직이 이끌어 진다면 그런 장(長)의 노릇은 누가 못하겠어?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는 게 장의 자리인 거야. 난 당신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어.”
 
찬 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랄까... ‘번쩍!’, 눈앞에 섬광이 비치면서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가 잘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교장으로 있는 중요한 이유이고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남편의 말은 탁월한 치유력을 발휘했다. 어떤 의욕 같은 것이 솟으며, 패잔병처럼 축 쳐졌던 나는 어느새 강한 전사가 되어 있었다. 남편한테 고마웠다. 내가 언제라도 기댈 수 있게 어깨와 가슴을 빌려 주기보다, 내가 스스로 설 수 있게 옆에서 충고해주고 이성으로 지켜주는 남편이 얼마나 든든한지... 덕분에 나는 결정적인 펀치였던 ‘어퍼컷’도 잘 해결하고, 또 한 주의 한국학교 수업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더욱 단단해졌다. 어떤 펀치라도 올 테면 와 봐라. ‘어퍼컷’ 으로 날려 줄 테니.
< 저작권자 © 한상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태진 사무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09호(내수동, 대우빌딩)    (주)한인경제 | Tel 02-739-5911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3864 | 등록일자: 2015.08.17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2 한인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nsangn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