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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다' 파괴와 밝음의 세계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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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24  08: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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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밝음의 세계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잠에서 깨었다’고 합니다. 잠에서 깨는 것과 일어나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일어나는 것은 잠자리 밖으로 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깨는 것은 단순히 잠을 더 이상 자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죠. 영어에서 ‘wake up’과 ‘get up’이 차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깨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같은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의 아침 모습을 그려 보면 금방 알 겁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대부분 ‘5분만!’을 외치며 잠자리에 머물려 하죠. 저는 잠에서 깨어서 일어나기 전까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즉, 깨어는 있으되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 제게는 귀한 순간이 됩니다. 여러분은 일어나기 전에 잠자리에서 무엇을 하나요?

  우리말의 ‘깨다’만큼 다양한 의미로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어휘는 없는 듯합니다. ‘깨다’는 종종 파괴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무엇인가를 부수는 행위를 나타내기 때문이죠. 동시에 잠에서 깨는 것 어둠에서 벗어나는 밝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깨다’라는 말이 ‘알을 깨다’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되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여주게 됩니다. ‘깨뜨리고, 깨어지고, 깨고, 깨치는’ 모습들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물론 생각해 보면 ‘파괴’와 ‘밝음’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닙니다. ‘깨지다’라는 말이 자신의 고정관념, 편견, 습관 등을 대상으로 할 때는 ‘깨침’의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을 깨뜨리지 않고서 ‘깨칠’ 수는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수행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습성들을 없애기 위해서 산속에서, 들판에서, 황무지에서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가요? 자신을 깨뜨려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잠에서 깨면 늘 무언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어젯밤에 미처 내려놓지 못한 걱정거리들이 나를 누르고 있기도 하고, 오늘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앞선 걱정들이 머리끝을 잡아당기기도 하였습니다. 깨는 일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깨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이미 정신은 맑아졌음에도 눈 감고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깨는 것이 깨치는 것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가슴 속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나는 깨는 일을 힘들어 했을 뿐 그 시간을 깨침으로 바꾸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이 생겼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일어나기 전까지의 시간을 나를 깨우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시간, 반성의 시간, 사랑의 시간으로 바꾸려 하는 것입니다.

  잠에서 깨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많습니다. 우선은 꿈속에서 만났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좋은 기억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에 행복을 기원해 줍니다. 어떤 날은 정말 내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떨치고 가능하면 얼굴에 미소를 담고 행운을 빕니다. 많은 얼굴들이 지나가고, 나의 기원도 늘어갑니다. 얼굴의 미소도 점점 많아지고, 자연스러워집니다.

  어떤 날은 기원의 시간이 5분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잠자리에 더 머물러 30분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많은 반성과 깨달음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시간은 온전히 기쁨입니다. ‘오늘 아침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모든 분들이여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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