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경제
오피니언
[서울탐방] 낙원상가를 어슬렁거리는 맛
김지태 기자  |  jtsummer@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7.15  15:03:0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서울 종로 낙원동의 낙원아파트와 낙원상가는 종로구 뿐만 아니라 서울 강북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다. 60년대에 김수근이 설계했다는 말도 있고 아니란 말도 있다. 어쨌거나 건립 당시에는 원조 이명박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김현옥의 발상에서 비롯된 무지막지한 흉물이었다고 한다. 

낙원동, 인사동 일대 오래된 상가들과 '종삼'으로 불리던 사창가를 쓸어 버리려 했던 김현옥은 뚜렷한 해결책도 예산도 없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상가와 아파트가 함께하는 건물을 지어 분양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도로 위에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김현옥 시장은 서울에 고층 빌딩과 육교, 고가도로 등을 저돌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세운상가와 세종로 지하도, 삼각지 고가도로, 금화아파트, 청운아파트, 와우아파트 등 수많은 건물들이 그의 재임시절에 지어졌다. 1970년 와우아파트가 붕괴하는 초유의 불상사가 벌어지자 그는 서울시장에서 물러났고 1973년 내무부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다시 낙원아파트로 돌아가보자. 당시로서는 황당하고 무식하기까지 한 발상이었다. 15층이라는 당시로너슨 초고층 아파트를 서울 종로 한 복판에 세워버렸으니 비난의 여론이 꽤나 빗발쳤다고 한다. 이렇게해서 탄생한 낙원상가 아파트가 결과적으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 됐고 종로의 랜드마크가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미친 개발 정책을 상징하는 이 건물을 헐어버리자는 여론도 있었으나 많은 시심들이 그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낙원상가아파트를 헐어버린다고 해도 그 자리에 지금의 '낙원동스러운' 풍경은 절대로 재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서울에서 가장 싼 국밥집과 냉면집, 오래된 떡집과 아구찜집 등 식당들, 장기를 두거나 옛 이야기를 하면서 소일하는 노인들,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이 닭똥집에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푸는 포장마차. 이런 지극히 강북스러운 풍경들은 낙원아파트 상가가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또 한가지 낙원상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상가를 점령하고 있는 악기들이다. 예전에야 ‘악기 하면 낙원상가’였는데 요즘은 그것도 옛말이 됐다. 젊은 층들에게는 고가의 악기도 인터넷으로 최저가 검색해 주문하고 배송받는 게 익숙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맞서기 위해 낙원상가에서는 자체적으로 온라인 공용 쇼핑몰도 운영하고, 거리음악 페스티벌도 기획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왕년에 기타나 드럼을 뚱땅거렸던 올드보이들은 대부분 낙원상가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주말 저녁 시간이 한가롭다면 오랜만에 낙원동을 어슬렁거려 보는 건 어떨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질이 좋아진 국산 악기들 구경도 하고 주인장과 눈이 맞으면 옛날 곡들도 한번 퉁겨보고, 옛 시절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 걸치는 것도 꽤 괜찮은 피서 아니겠는가. 
 
< 저작권자 © 한상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지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73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709호(내수동, 대우빌딩)    (주)한인경제 | Tel 02-739-5911 | Fax 02-739-5914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3864 | 등록일자: 2015.08.17 | 발행인: 이형모 | 편집인: 이명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명순
Copyright 2012 한인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nsangn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