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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형형색색의 사랑을 담고 있는 남산의 자물통들
김지태 기자  |  jtsumm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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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08  17: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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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남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이채로운 풍경은 뭘까. 방송탑도 있고 케이블카도 있고 전망대도 있지만 그 중 가장 특이한 볼거리는 아마도 형형색색으로 무리지어 있는 자물통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지 젊은 연인들이 남산에 올라 반지를 만들고 자물통에 이름을 새겨 매다는 일이 관행처럼 됐다.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고 자물통을 채운 후 열쇠는 던져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저마다의 사랑을 간직한 채 열리지 않는 자물통들이 남산공원 난간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대표적 코스이기도 한 남산은 그렇게 어느덧 사랑과 언약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흐뭇하고 예쁜 광경이다. 그런데 남산은 그렇게 아름다운 역사만을 간직한 곳이 아니다. 때로는 엄숙한 장소로 때로는 서글픈 장소로 남산은 우리 역사에 새겨져 있다. 남산의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잠깐 되짚어 보자. 
 
남산은 262m로 야트막한 산이다. 하지만 서울 한 복판에 우뚝 서 있다는 점에서 오래 전 부터 의미심장한 산이었다. 남산의 원래 이름은 ‘목멱산(木覓山)’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4년 후인 1395년 목멱산을 ‘목멱대왕’으로 봉하고 ‘목멱신사’라는 사당까지 지었다. 목멱신사는 ‘국사당’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매년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도성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남산(南山)’이라고 불렀고 지금도 이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왕조 초기부터 남산은 국가의 영산으로 귀하게 모셔졌던 것이다. 남산은 위급 상황을 알리는 봉수대로도 중요한 산이었다. 도성 전체를 굽어볼 수 있어서 왕실의 군대인 어영청과 금위영이 자리하기도 했다.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지금도 봉수대를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한양을 점령한 일본군은 남산을 군사적 요지로 보고 ‘왜장대’라는 성을 쌓기도 했다. 이후 경상도 왜관으로 밀항한 일본인들이 한양에 와 머무는 ‘동평관’도 남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다. 
 
남산은 경치도 뛰어나고 오르기 쉬워서 선비, 한량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남산은 그렇게 조선왕조의 사당이자 군사적 요충지이자 놀이터로 다양하게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넉넉한 산이었다. 
 
남산이 공원으로 개발된 것은 구한말인 1910년 이었다. 한일합방 후 일본의 식민지가 된 후 남산에는 일본식 신사와 신궁이 들어섰다. 조선 초기부터 자리하고 있던 국사당은 인왕산으로 옮겨졌다. 해방 후 신사와 신궁이 철거됐고 이어 남산 케이블카, 도서관, 식물원, 어린이회관 등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공원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경치가 아름답고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산인지라 남산에는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 과학교육원(구 어린이회관) 맞은 편에 위치한 안중근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자리하고 있고 남산시립도서관에는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의 동상이 있다. 소월길 인근에는 김소월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가장 먼저 남산에 자리를 잡은 인물은 이승만이었다. 그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 1956년에서 동상이 세워졌는데 4ㆍ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동상도 철거됐고, 그는 남산과 인연이 없는 비운의 인물이 됐다. 
 
현재 남산에는 오래된 나무들과 울창한 숲 사이로 각종 새들과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서울 시민 누구나 쉽게 올라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각종 즐길거리들도 풍부하다. 관광객들에게는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70년대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청춘들이 갈 곳이 없어 올라 담배 한 모금으로 설움을 달래던 자리를 이제는 청춘들의 사랑이 담긴 자물통들이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자물통들에 담겨져 있는 수많은 사랑이 빛을 잃지 않고 이어져 남산을, 아니 서울을 사랑이 넘쳐나는 도시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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