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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이제는 볼 수 없게된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지태 기자  |  jtsumm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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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3  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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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은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친구들과 딱 한 번 가 본 기억이 있다. 무악재 너머 비탈에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좁다란 골목 골목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계단 끝까지 오르면 아이들이 뛰놀만한 꽤 넗은 길이 있었다. 

   
▲ 정선필 인왕제색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차도 제대로 못 다닐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아이들이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하고 어머니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야채장수와 흥정을 벌이곤 했다. 그 좁을 길과 작은 집들이 모조리 헐리고 일제히 아파트가 들어섰다. 된다. 입주민들은 네모 반듯한 방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 됐지만, 이곳이 아파트가 되는 순간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현실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무악재에서 홍제역 사이 길에서 보이던 인왕산의 자태가 아파트 뒤로 완전 가려지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곳 홍제동은 도성 밖 양주 땅이었다고 한다. 중국 사신들이 무악재를 넘어서 도성 진입 직전에 묵던 여관 '홍제원'이 이 곳에 있어서 홍제동이라고 한다. 60년대 이전엔 홍제동에 화장터가 있었는데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이 화장터를 없애달라는 민원을 당시 신문에 실을 정도였다고 한다.  
 
무악재에는 호랑이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양주에 근거를 둔 임꺽정 패거리가 도성을 습격할 때 지나던 길이라고 한다. 도성에서 약탈을 하고 토포꾼들에게 쫒기던 도적떼 중 몇몇이 인왕산 인근 민가에 숨어 들어가 그 집 딸과 정분이 나서 새 집을 짓고 살림을 차리고 도성과 양주 패거리들의 비선 연락책을 하다가 관군의 소탕작전에 죽고 누군가는 농사를 지어서 일가를 이루고 그 아들 딸이 또 장성해 집을 짓고 살림을 차리고 그렇게 해서 이곳 마을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 인왕산 자락의 변방 홍은동 일대까지 아파트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쨌거나 정선의 <인왕제색도> 인왕산 앞길은 오래전에 이미 아파트 촌이 됐고, 그림에서는 안 보이지만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인왕산 줄기들도 현재 철거와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앞으로는 인왕산의 변방 줄기도 보기 힘들어지게 된다.
 
아래 사진은 철거되기 직전 홍제동의 한 구멍가게다. 변방스럽지만 참으로 정겹다. 이런 정겨운 변방스러움도 서울에서는 점차 찾아보기 힘든 레어템이 되어가고 있다. 
   
▲ 철거되기 직전 홍제동의 한 구멍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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