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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석파정 별당, 진달래와 개나리의 향연석파정, 석파랑 그리고 석파정 별당 이야기
김지태 기자  |  jtsumm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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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7  1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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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서울 종로구 세검정 인근은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로 뒤덮힌다. 상명대 앞의 벚꽃길도 아름답지만 압권은 ‘석파정 별당’이 자리한 자그마한 암산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진달래와 개나리의 향연이다. 

 
   
▲ 사진 중앙에서 좌측에 있는 만월창이 있는 건물이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3호 석파정 별당
 
‘석파정 별당’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만도 한 것이 서울 종로구에는 ‘석파’가 붙은 지명이 세 곳이 있다. ‘석파정’ ‘석파랑’ 그리고 ‘석파정 별당’이다. 생소한 분들을 위해 지명 정리부터 해 보겠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석파(石坡)’는 흥선대원군의 아호다. 당연히 세 곳은 흥선대원군과 관련이 있다. 본 글의 주인공이 ‘석파정 별당’인지라 먼저 소개하고 싶지만, 헷갈릴 소지가 있으니 발생 순서대로 석파정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석파정은 구한말 세도가였던 김흥근의 별장이었다. <매천야록>에 따르면 대원군이 이 별장을 탐내 팔라고 했으나 김흥근이 팔지 않았다. 물러날 대원군이 아니었다. 자기 아들인 고종을 데리고 별장에 놀러갔다. 그 후 임금이 거처했던 곳을 신하가 쓸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김흥근은 별장을 내 줄 수 밖에 없었고 그 후 대원군의 소유가 됐다. 원래 ‘삼계동정사’라고 불렸는데 대원군 별장이 되면서 ‘석파정’이 됐다. 
 
그렇다면 ‘석파정’은 어디 있는가? 경복궁에서 평창동 쪽으로 가다보면 자하문 터널이 나온다. 자하문 터널을 지나자마자 좌측에 보면 서울미술관이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 아니라 개인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 뒤 쪽 언덕에 석파정이 자리하고 있다. 
 
석파정은 한국전쟁 후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사용되다가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됐다. 이후 서울미술관 주인이 수리, 개축을 해 미술관 관람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러니까 석파정을 보려면 서울미술관 관람료를 내야 한다. 관람료는 성인 9천원이다. 나는 품 들이고 돈 들일 틈이 없어 아직 석파정은 가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석파정 소개는 여기까지.
 
다음은 석파랑. 석파정이 있는 서울미술관에서 세검정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세검정 삼거리가 나오는데 코너 부분에 멋진 한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곳이 석파랑이다. 정확한 위치는 종로구 홍지동 125번지.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1958년 지은 집인데 현재는 한정식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사 잔치상이 아니라도 밥값이 꽤 비싸다. 하지만 굳이 밥을 먹지 않아도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그러니까 석파랑은 문화재도 아니고 그저 한옥 한정식집이다. 
 
중요한 건 석파랑 한켠에 자리한 본 글의 주인공 ‘석파정 별당’이다. 사진에서 중앙 왼쪽에 보이는 자그마한 중국풍 건물이 바로 그 별당인데 이 건물만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는 석파정에 있던 건물인데 손재형이 이 곳에 집을 지을 때 슬쩍 이 쪽으로 떠 온 것이다. 거의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중앙에 대청이 있고 양 옆에 방이 있는 ㄱ자형 이며 지붕은 맞배지붕이다. 흥선대원군은 앞쪽으로 돌출된 큰 방을 사용했고, 난초를 그릴 때만 대청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붕이 끝나는 측면에는 붉은 벽돌로 벽을 세웠고, 벽 중앙에 원형과 반원형 창을 냈다. ‘만월창’이라고 불리는 이 둥근 창은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중국풍 건축의 특징이라고 한다. 
 
석파정 별당은 무슨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길래 본가에서 떨어져 나와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됐을까. 하지만 운명이 그렇게 기구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전형적인 한국의 차경의 미를 보여주는 천혜의 경치를 뒤에 끼고 있고, 더 중요하게는 ‘목이 좋은’ 곳에 자리해서 대로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껏 자신의 멋을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석파정에 끼어 있었다면, 그저 별장의 한 부속물로 한정된 관람객들에게만 소소히 선을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 빼어난 건물은 자신의 쓸쓸한 처지를 미리 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전 손재형 선생의 심미안을 이용해 슬쩍 대로변으로 자리를 옮긴 것 아닐까?
 
소전의 심미안 때문이었는지, 별당 자체의 의지였는지 모르겠지만 석파정을 탈출한 덕에 ‘석파정 별당’은 세검정 앞을 지나는 사람 누구나에게 공개가 되고 있다. 서울 강북을 나들이하는 사람들에게 이 석파정 별당을 꼭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개나리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봄에는 한국의 전형적인 차경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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