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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인은 상대를 어떻게 공략하는가?…③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  hansang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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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7  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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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칼럼니스트)
10여 년 전에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중국 진출을 결심하고 내가 사는 도시로 온 적이 있다. 모든 협상과 마무리는 초기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한국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좋은 일이고, 더구나 중국 공무원 입장에서는 아주 커다란 성과를 올리는 일이다. 성사가 되고 구체적으로 투자가 진행되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도 받는 일이다. 그 당시 중국 지방 정부에서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지상 과제로 삼던 시절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중국인들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막바지 진통이 예상되는 최종 마무리만 남게 되었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 중에서 한 가지를 그들이 받아주질 않았다. 한국 측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들어 와서 생산을 해야 하는 다급한 사정이 있었기에 반 년 가까이 진행한 합의 내용을 한두 가지의 문제로 모두 허사로 만들 수는 없었다. 조급하고 다급했다. 일단은 계약을 하고 나중에 협상을 할 수도 있었다. 그것이 그 시점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그건 결코 맞는 말이 아니다.
 
 결국 최종 협상에서도 그 문제는 결렬되고 말았다. 문제의 핵심은 전기 동력을 중국 측에 요구한 일이었다. 우리 측은 공장에 일반전기 뿐만 아니라 동력까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으면 안 들어오겠다고 버텼다. 사실, 이 공사는 돈이 꽤 들어가는 공사였다. 중국 측에서도 쉽게 허락할 성질이 아니었다. 양 측은 마침내 최종 합의를 못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오전 9시 비행기를 예약한 한국 측 대표는 호텔로 돌아가 짐을 꾸렸다. 그러나 밤새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회사에서는 철석 같이 이번 출장에서 모든 문제가 정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미 자기 자신이 중국 공장의 총괄 책임자로 내정 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출장 하루 저녁을 남기고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허탈하고 피곤했다. 기쁜 소식을 안고 돌아가도 시원치 않은 회사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에는 처연한 달빛이 아름다운 그림자를 그리며 떠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잠은 계속 오질 않았다. 어쩌란 말인가? 한숨과 탄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흘러 나왔다.
 
 “어제 저녁에 내가 조금 더 양보했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일말의 후회감도 들었다. 중국 측에서 저토록 양보하지 않는 배경에는 그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았을 거란 이해도 갔다. “어차피 투자하는 마당에 우리가 조금 더 투자하면 될 일인데 왜 내가 그토록 고집을 부렸을까?” 이런 저런 수많은 상념이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만약에 조금씩 계속 양보한다면 나중에 그걸 감당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또한 이렇게 초기 단계부터 그 사람들이 애당초 흔쾌하게 약속한 사항을 어긴다면 나중에는 계속 양보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나름대로 협상 과정을 통해서 예리한 판단력을 곤두세우며 그들이 얼마나 이번 투자를 성사시키려고 노력하는지를 직감 했었다. 그래서 자기도 오늘 협상이 최종 마무리가 안 되면 내일 아침 9시 비행기로 들어가겠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다른 지역으로 가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조급하면 진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그냥 그들이 쳐 놓은 그물에는 안 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런데 끝내 그들은 우리 측의 이런 비장의 최후통첩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젠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6시 경에 간신히 새벽에 붙인 눈을 떴다. 호수의 물은 여전히 고요하고 잠잠한 채 아름다웠다. 저 멀리 동편에서는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이 이미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세수하고 집에 가야 할 일만 남았다. 시계의 초침은 다른 때보다도 빨리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가기 싫은 길이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길이 좋을 일이 없었다. 당연했다. 이렇게 그냥 돌아가서 무슨 면목으로 회사 대표에게 보고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미 없어진 내 자리를 다시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야 했다. 한국 말고 갈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런 숨이 막히는 답답한 시간이 초조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아침부터 호텔로 전화 할 사람은 없었다. 전화기를 드니 중국 측 파트너의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요지는 자기들이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5분 후면 호텔에 도착하니 계약에 날인하자고 했다. 마침내 중국 측에서 양보를 한 것이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길고 긴 험난한 과정이 이제 한 단계를 마무리 짖는 순간이었다.
 
 중국인들의 그물을 치는 전략은 이렇게 집요하고 철저하다. 상대의 비행기 시간을 알고 아침까지 그물을 쳐 놓았던 것이다. 중국 측도 한국 회사가 분명히 들어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수 싸움에서 한국 측이 이긴 것이다. 이 회사가 중국에 진출 할 당시 다른 2개의 중소기업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이곳에 진출했다. 요란한 개업식을 아주 성대하게 치르면서 입성했다. 모든 계약은 너무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속도 있게 진행되었음은 말 할 나위가 없다. 왜 그랬을까? 이미 그물에 걸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난관(?)이 없었다. 예상대로 그 2개의 회사는 망해서 철수 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고 협상에서 성공한 회사는 지금도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많은 점을 시사해 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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