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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헛기침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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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7  11: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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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음을 알리는 배려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우리나라와 서양의 문화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중에서 재미있는 현상은 ‘헛기침’과 ‘노크’가 아닌가 합니다. 서양 사람은 어느 곳에 들어가려고 할 때 주로 문을 두드리는 행위를 하는데 비해, 우리는 주로 헛기침을 하여 자기가 가는 것을 알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 저는 노크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노크보다는 인기척을 주로 내었던 듯합니다. 안방에 들어갈 때도 노크를 하지는 않고 ‘엄마!’하고 부르고 가거나 ‘들어가도 돼요?’라고 여쭙고 들어갔지, 노크를 한 기억은 없기 때문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예전에 노크를 하지 않았습니다. 노크 대신에 헛기침과 같은 인기척을 했습니다.

  헛기침과 노크는 공간의 인식에서 차이를 나타냅니다. 노크는 필수적으로 문과 붙어 있어야 합니다. 손이 문에 닿아서 소리를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헛기침은 멀리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으니 ‘거리’를 두고 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지요. 사실 ‘노크’라는 게 너무 가까이에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기치 않는 문제들도 만들어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원치 않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노크 후에 갑자기 문을 열게 되면, 서로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노크 후에 갑자기 들어온 사람 앞에서 어색해하는 연인들의 모습도 자주 나오지 않던가요?

  헛기침은 멀리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때문에 배려의 문화가 되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내가 다가가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내가 가고 있음을 멀리에서 알려 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화장실에 갈 때도 이러저러한 소리를 내며 내가 화장실에 가려한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그때 화장실에 누가 있으면 또 이러저러한 소리를 내어 자기가 있음을 알게 했습니다. 일을 보고 있는 사람 가까이에 가서 노크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행위일 것입니다.

  한국 사람의 인사법을 보면 우리가 일정한 거리를 두려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양식 인사법인 악수나 포옹, 키스 등은 매우 거리가 가까운 행위들입니다. 손을 잡아야 하고, 서로 안아야 하고, 입을 맞추어야 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로 멀리 떨어져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서로 지나가면서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할 정도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헛기침보다는 노크가 편해진 것 같습니다. 멀리서 하는 인사보다는 악수가 편하고 포옹이 다정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이제 사람 간의 거리가 매우 좁혀진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가 약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신호를 보냈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기억했으면 합니다. 노크보다는 헛기침이 더 인간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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