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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인의 계약 의식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  hansang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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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7  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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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칼럼니스트)
어느 날 친한 주재원 한 명이 밤중에 필자를 찾아 왔다. 그리고 맥주 한 잔 사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론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왜 힘드냐? 물어보니 중방(중국 파트너) 측에서 자꾸 계약을 어기고 약속을 어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왜 빨리 안 하냐고 하던 사람들이 기껏 죽어라 만들어 놓으니 이제는 사업을 보류하자고 한다는 것이다. 주재원 말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은 참 알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미안하지만 그들이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계약이라는 것을 그냥 형식적으로 상대가 원하니까 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일까? 그렇다. 왜 그런 속성이 있는 걸까? 이런 특징의 원인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오랜 관습이고 유전자적인 기질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 유전자적인 기질이 생긴 걸까? 그것은 중국의 오랜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은 농경사회가 주를 이루면서 5천 년의 역사를 이어져 온 나라다. 농경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가부장 제도라는 가족중심의 사회다. 가족과 친척은 비록 황제가 바뀌고 왕조가 멸망해도 그들 스스로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하는 공동의 혈연단체다. 중국인들은 이런 공동체를 중심으로 상거래나 인간관계가 지속되어 온 사회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종이에 뭔가를 쓰는 계약서 보다는 신의와 의리가 더 중요했다. 만약 작은 이익을 탐내다가 체면을 손상하게 되면 거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체면이 구겨진 사람은 마을 공동체에서 생존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목숨 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래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대와 거래를 한다는 것은 이미 상대방을 믿는다는 의미다. 서로 믿는 관계가 아니면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돈과 물질과 기타 상거래를 한단 말인가? 설사, 그런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중국 사람들은 중간에 서로를 잘 아는 사람을 개입 시킨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면 의심을 하는 것이 중국인들의 습관이기도 하다. 우리가 왜 계약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지면 중국 사람들은“ 아! 이제 이 사람이 더 이상 나를 믿지 않는구나!”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중국의 계약서는 합동서(合同書)고 우리는 계약서(契約書)다.

 중국 사람들의 관념으로는 서로 동의한 내용인 합동(合同)은 언제든지 서로 의논하여 합리적으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념의 기저에는 “우리가 이미 같은 공동체에 있는 친구인데 서로 상의하여 고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오랜 습관적 사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중국인들은 계약을 싫어한다. 그래서 당연히 계약이 파기되었다고 법원에 가는 것도 아주 싫어한다. 서로 일을 하다가 의견이 안 맞으면 협의해서 해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 했듯이 가족중심의 마을 공동체에서 어떤 거래를 한다는 것은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계약서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런 사고방식인 것이다.

 이러니까 주재원 입장에서는 이런 사고를 가진 중국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 중국에 왔을 때는 그렇게 열렬 환영을 해 주던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우리는 지금부터 한 가족이고 친구라고 할 정도로 친밀감을 과시하던 사람이 왜 이토록 자기를 애를 먹이는지 정말로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당연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우리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열렬 환영이 거짓이냐? 아니다. 중국 사람들에게는 개인이라는 것이 없다. 농경 사회의 마을 공동체에서 개인은 없는 것이다. 우리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이 나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진출하기에 앞서 먼저 중국인의 계약 관념을 이해해야 한다. 결론은 중국인의 계약을 너무 믿지 말라는 의미다. 진짜는 사실 그 다음부터다. 계약을 왜 안 지키나? 따지지 마라. 반드시 이해하길 부탁한다. 아울러 그들이 우리를 환영하는 열렬 환영이 결코 허풍이나 과장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진심으로 상대를 환영한다. 그것도 아주 요란하게 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고 상대의 체면을 높여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또한 그런 가 보다 하고 너무 좋아하지 말고 믿지도 마라! 중국은 그렇게 간단한 동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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