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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비슷한 것은 다른 것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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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2  13: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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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비슷하다는 말은 같다는 말이 아니다. 이게 핵심이다. 비슷한 것을 같다고 생각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언어 교육의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비슷한 말’을 ‘같은 말’처럼 가르치면 안 된다. 큰일이 난다. 예를 들어 ‘사람’과 ‘인간’을 같은 뜻이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아무 문장 속에서나 바꿔 쓴다. 그러면 싸움이 일어나거나 엉뚱한 말이라 놀림을 당하게 된다. ‘저 사람이 제 친구예요.’에서 ‘사람’을 ‘인간’으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비슷한 말을 가르칠 때는 같은 말이 아니므로 사용에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말뿐 아니라 모든 것에서 비슷한 것은 같은 게 아니다. 비슷한 것은 단순한 흉내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흉내 정도로는 안 되거나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말에서 ‘비슷하다’를 살펴보면 느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비슷하다’에서 ‘빗’을 추출할 수 있는데 ‘빗’은 주로 접두사에서 정확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제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빗맞다’나 ‘빗나가다’, ‘빗기다’, ‘비키다’일 것이다. 정확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빗금’이나 ‘빗살’도 사선(斜線)을 의미한다. 사선은 정확하게 그은 선이 아니다. ‘비탈’도 ‘빗’과 ‘달’로 구별해 볼 수 있다. ‘달’은 ‘양달’이나 ‘응달’에서와 마찬가지로 ‘땅’이라는 뜻이다. ‘아사달’의 ‘달’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아무튼 비탈은 똑바로 된 땅이 아니다.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면 비탈의 어긋남이 더 느껴질 것이다.

  ‘비슷하다’의 부정적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단어로는 ‘비뚤다’가 있다. 이 말은 주로 ‘비뚤어지다’로 쓰이게 되는데 위태위태한 느낌이다. 사람에게 쓰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 자라는 모습이 아니다. 다른 표현 중에는 ‘비틀거리다’가 있다. 이 말은 ‘비틀다’와 관련이 있다. ‘비틀다’는 서로의 방향을 엇갈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비틀비틀’의 모습도 불안 불안하다. ‘비뚤다’나 ‘비틀다’나 모두 바르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런 부정적 의미가 남아있는 말로 ‘삐지다’, ‘삐치다’나 ‘삐쭉이다’ 등이 더 있다. 삐친 사람을 달래기란 진짜 힘들다. 얼마나 부정적인가?

  비슷한 것도 더 자신 없게 다른 표현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비스무리하다’나 ‘엇비슷하다’가 대표적이다. 사실 ‘엇비슷하다’의 ‘엇’도 ‘빗’과 유사한 구실을 한다. ‘빗나가다’와 ‘엇나가다’의 느낌을 비교해 보면 알 것이다. 비스듬하게 써는 것을 ‘어슷썰기’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어슷’이 쓰인다. ‘엇비슷하다’는 말은 비슷한 것을 두 번 겹쳐 더 자신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스무리하다는 말도 약간 비슷하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오늘 ‘비슷하다’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비슷한 것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이 좋아 보여서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과 비슷하게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속이 아닌 겉만 따라한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것은 단순히 남을 모방하고 따라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비슷하게 해서는 절대로 같아질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가치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겉모습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속에 담겨 있는 가치를 배우고 담아야 한다. 속을 닮아 가는 것과 겉을 비슷하게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내 속을 변화시켜야 나의 모습으로 다시 피어난다. 내 ‘몸짓’이 변화하는 게 아니라 ‘몸’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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