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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지사의 만취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  |  hansang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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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4  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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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 연구소장(칼럼니스트)
얼마 전 강원도지사가 도의회에 참석해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최문순 지사의 대낮 과음이냐? 아니면 업무 과로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와 발표 의도는 도지사의 건강문제가 아닌 듯했다. 진짜 속셈은 “어떻게 한 지방의 수장인 도지사가 의회가 열린 회의석상에서 몸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술을 마셨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이런 기사를 보면 당연히 공직자의 무책임과 불성실함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자초지종의 여부를 떠나서 비난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정보의 유통 속도는 사건 내용을 간단히 유포하는데 톡톡한 구실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소문과 기사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듣는 사람들이야 그냥 비난하고 흘려버리면 되겠지만 소문의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이번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다름 아닌, 최문순 지사의 대낮 음주라는 대목 때문이다. 물론 낮에 고위공직자가 술을 마시고, 그것도 만취가 될 정도가 되었다면 바람직스런 일은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강원 도지사의 대낮 음주는 마침 강원도를 방문한 중국 안휘성(安徽省) 관계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오래 살았던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면서 모든 사실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이해다. 한편으로는 우리 언론사 기자들과 그런 기사를 대하는 방송과 시청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대낮에 술을 마시는 일이 아주 흔한 나라다. 더구나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아침과 점심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술을 대접한다. 술이 없는 대접은 대접이 아니다. 그런 대접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또한 초대된 사람이 술에 취하지 않으면 마치 “대접이 소홀했던 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최대한 손님에게 술을 권한다. 접대 자리를 주관한 내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면 잘 마시는 사람을 대동하여 술 접대를 하도록 특별임무를 부여한다. 중국의 문화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가끔 중국에 가서 곤혹스런 자리를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예의 삼아 한두 잔의 술만 마시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상대가 술을 권하기 때문이다. 안 마시자니 그렇고 계속 마시자니 괴롭다. 이 사람 술잔은 받았는데 다른 사람 술잔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이래저래 죽기 살기로 받아 마시다 보면 다음 날 아침까지 온 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없다.

 다행히 중국의 빠이주(白酒)는 다음 날 머리가 아프지는 않다. 그러나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다음부터 열리는 접대 자리가 곤혹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외교와 비즈니스 자리가 편안하고 즐거운 자리만은 아니다. 전쟁터나 다름이 없는 치열하고 머리 터지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강원 도지사의 만취를 충분히 이해한다. 도지사는 그 날 낮에 최선을 다 했고 정말로 열심히 중국 손님들을 대접 했다고 본다. 아마도 그런 살신성인의 음주는 훗날 반드시 대가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은 상대가 자기들을 위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저렇게 무리하게 마시면서 대접했다는 사실을 알면 정말로 감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언론에서 도지사가 호되게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 중국 손님들이 얼마나 미안해할까?
 
 아무튼 도지사의 만취 논란은 이제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회에 중국과 중국인에 대하여 좀 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문화를 이제는 어느 정도 알만도 한데 아직도 우리의 중국 관련 상식은 형편이 없다. 명색이 언론사 기자와 방송인들조차 이런 도지사의 만취 배경을 이해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 사람들은 결코 손님과 마주한 자리에서 만취를 했다고 비난하는 일이 없다. 그냥 허허 웃고 만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서로의 우정과 친구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도지사가 몸을 사리지 않고 중국 손님들을 대접했는데 언론의 무지가 그 대접의 효과를 다 날려버린 듯하다. 앞으로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자 적었다. (참고적으로 필자는 강원도 및 강원도지사와 아무 관련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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